머리말 — 살살 닦으시라고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칫솔질을 하다 피가 나서 오시는 분이 많습니다. 자리에 앉으시면 첫 질문이 대개 같습니다. 이제부터 살살 닦아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그 반대입니다.
피가 비치는 자리는 대개 덜 닦인 자리입니다. 살살 닦으면 피는 멎습니다. 다만 멎은 것은 표시이지 원인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세게 닦으시라는 말씀도 아닙니다. 이 글은 그 사이를 적으려고 합니다.
이런 적 있으신가요
한번 보셔야 하는 신호:
- 칫솔질할 때 피가 비친다
- 잇몸이 붓고 눌리는 느낌이 있다
- 아침에 입안이 텁텁하다
- 치과에 간 지 1년이 넘었다
이미 진행됐을 수 있는 신호:
- 같은 자리에서 계속 피가 난다
- 이가 예전보다 길어 보인다
- 찬물에 뿌리 쪽이 시리다
- 이 사이에 음식이 자주 낀다
1장 — 건강한 잇몸은 닦아도 피가 나지 않습니다
잇몸 질환의 국제 분류는 잇몸 건강을 염증이 없는 상태로 정의합니다. 그리고 건강과 잇몸 염증을 가르는 기준을 탐침했을 때 피가 나는지 하나에 두었습니다.1
치아와 잇몸이 맞닿는 좁은 틈에 세균막이 쌓이면 잇몸 안쪽의 가는 혈관이 늘어나고 조직이 무릅니다. 그 상태에서 칫솔모가 닿으면 피가 비칩니다.
다치신 것이 아니라, 그 자리가 이미 부어 있었던 것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입안에서 쇠맛이 난다고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자는 동안에는 침이 줄고 세균막이 그대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밤사이 가장 오래 방치된 자리가 어디인지를 아침의 그 맛이 알려 주는 셈입니다.
그래서 칫솔을 피하면 표시만 사라집니다. 저는 그 이유로 살살 닦으시라고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2장 — 한 번 난 피보다 반복되는 피가 중요합니다
한 번 피가 났다고 잇몸병이 시작된 것은 아닙니다. 같은 자리에서 반복되는지가 다릅니다.
치주치료를 마치고 관리받던 환자 쉰다섯 명의 잇몸주머니 1,054곳을 4년 넘게 본 자료가 있습니다. 네 번의 검진에서 네 번 모두 피가 난 자리는 이후 잇몸뼈에 붙어 있던 자리가 떨어질 확률이 30%였습니다. 한 번도 나지 않은 자리는 1.5%였습니다.2
스무 배 차이입니다.
뒤집어 보면 이렇습니다. 같은 연구진이 마흔한 명을 2년 반 동안 지켜본 자료에서, 계속 피가 나지 않은 자리가 실제로 안정되어 있을 확률은 98%였습니다.3
출혈은 나빠진다는 예고라기보다, 괜찮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다만 두 연구 모두 이미 치주치료를 받고 관리받던 분들을 본 것입니다. 치과에 오래 다니지 않은 상태에 이 숫자를 그대로 옮길 수는 없습니다.
3장 — 잇몸은 돌아오고, 붙은 자리는 남습니다
스케일링을 받고 나서 잇몸이 내려앉은 것 같다고 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대개는 부어 있던 잇몸이 가라앉으면서 원래 높이가 드러난 것입니다. 치석이 덮고 있던 뿌리 면이 드러나 며칠 시린 경우도 있습니다.
되돌아오는 것과 남는 것이 다릅니다.
염증이 잇몸에만 머물러 있으면 되돌아옵니다. 청결을 회복하면 세균 구성까지 정상 쪽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이, 실험적으로 잇몸 염증을 만들었다가 해소시킨 연구 스물두 편을 모은 고찰에서 확인됐습니다.4
염증이 잇몸 아래로 내려가 치아와 뼈를 붙잡고 있는 섬유와 뼈까지 닿으면 다릅니다. 그 자리가 떨어지면 치료로 염증을 없애도 붙어 있던 높이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국제 분류가 치료를 마친 그런 잇몸을 줄어든 치주조직이라는 별도의 이름으로 부르는 이유입니다.1
피가 멎어도 원래대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줄어든 채로 안정된 것입니다.
같은 합의문에 한 문장이 더 있습니다. 치주염을 앓았던 사람은 잇몸에 염증이 다시 생기면 여전히 치주염 환자로 봅니다.1 그래서 한 번 잇몸치료를 받으신 분께는 검진 간격을 더 짧게 말씀드립니다.
부기가 빠진 것과 붙은 자리가 내려간 것은 겉으로 비슷해 보입니다. 그래서 잽니다. 탐침은 눈금이 있는 가는 기구입니다. 한 치아에 여섯 군데를 돌아가며 잇몸 속 깊이를 재고, 그 자리에서 피가 나는지도 함께 적습니다. 부어 있는 자리에서는 조금 따끔할 수 있습니다.
이 기록이 있어야 다음 검진에서 같은 자리를 견주어 볼 수 있습니다. 2장의 횟수도 이렇게 쌓인 기록에서 나온 것입니다.
4장 — 피가 나지 않아도 안심할 수 없는 경우
담배가 그렇습니다.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서 12,385명의 잇몸 141,967곳을 분석한 연구가 있습니다. 치석이 있거나 잇몸주머니가 4mm 이상인 부위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에서 피가 날 가능성이 5.7배로 뛰었습니다. 그런데 하루 열 개비를 넘게 피우는 사람에서는 1.3배에 그쳤고, 이 값은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아니었습니다.5
나빠지고 있는데 표시가 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담배를 피우시는 분은 출혈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깊이와 뼈를 함께 봅니다.
집에서 하실 일은 자리에 관한 것입니다. 칫솔은 치아와 잇몸이 만나는 경계에 댑니다. 치아와 치아 사이는 칫솔모가 닿지 않으므로 치실이나 치간칫솔이 맡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정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무작위 연구 서른다섯 편과 3,929명을 모은 고찰에서 치실이나 치간칫솔을 더한 쪽이 잇몸 염증을 줄였지만, 근거의 확실성은 낮음에서 매우 낮음이었고 효과의 크기가 임상적으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6
그래서 저는 어느 도구를 쓰시라고 미리 정해 드리지 않습니다. 검진에서 피가 나는 자리를 함께 보고, 그 자리에 닿는 도구를 고릅니다.
참고문헌
- Chapple ILC, Mealey BL, Van Dyke TE, et al. Periodontal health and gingival diseases and conditions on an intact and a reduced periodontium. Consensus report, 2017 World Workshop. J Clin Periodontol. 2018;45(Suppl 20):S68-S77. doi:10.1111/jcpe.12940
- Lang NP, Joss A, Orsanic T, Gusberti FA, Siegrist BE. Bleeding on probing. A predictor for the progression of periodontal disease? J Clin Periodontol. 1986;13(6):590-596. doi:10.1111/j.1600-051x.1986.tb00852.x
- Lang NP, Adler R, Joss A, Nyman S. Absence of bleeding on probing. An indicator of periodontal stability. J Clin Periodontol. 1990;17(10):714-721. doi:10.1111/j.1600-051x.1990.tb01059.x
- Zemouri C, Jakubovics NS, Crielaard W, et al. Resistance and resilience to experimental gingivitis: a scoping review. BMC Oral Health. 2019;19(1):212. doi:10.1186/s12903-019-0889-z
- Dietrich T, Bernimoulin JP, Glynn RJ. The effect of cigarette smoking on gingival bleeding. J Periodontol. 2004;75(1):16-22. doi:10.1902/jop.2004.75.1.16
- Worthington HV, MacDonald L, Poklepovic Pericic T, et al. Home use of interdental cleaning devices, in addition to toothbrushing, for periodontal diseases and caries. Cochrane Database Syst Rev. 2019;4:CD012018. doi:10.1002/14651858.CD012018.pub2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전하기 위한 것이며, 개별 진단과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